회감이 끝내줍니다. |
|---|
지난주에 매(梅)를 마셨고, 이번 주는 죽(竹)입니다. 이름도 죽(竹)이고 맛도 죽입니다. 죽로재에서 올해 출시한 다섯 종의 블렌딩 보이차(梅-蘭-菊-竹-花) 중 가장 센 놈 같습니다.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노만아(老曼娥)와 포랑(布朗) 차가 들어 있습니다. 보이차를 즐기시는 분들 중에 포랑이나 노만아 계열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. 저 역시 좋아하긴 하지만 즐기지는 못합니다. 그 기운을 제가 감당하지 못합니다. 다행인 건 죽(竹)에는 경매(景邁)와 이무(易武) 차도 섞여 있다는 겁니다. 물론 저의 둔감한 촉으로는 사전 정보 없이 포랑, 노만아, 경매, 이무 차가 골고루 섞여 있다는 것을 맛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. 어쩌면 경매와 이무 차가 함께 있다는 정보 때문에 아침부터 이 차를 마시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. 경매와 이무 차가 섞여 있다고 해도 정말 세긴 셉니다. 맛있다고 서너 번 우려서 계속 마셨더니 머리가 핑 돕니다. 그런데도 홀짝홀짝 마시게 되는 까닭은 마신 후에 다시 느껴지는 씁쓸달콤한 회감(回甘) 때문입니다. 제조일을 보니 2012년으로 표기되어 있네요. 아마 산지마다 모차의 연도가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, 여하튼 벌써 5년차에 접어든 차라 풋내는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아직 완숙하지 않은, 청년의 결기가 느껴지는 차입니다. 강하다는 것은 쓰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, 대개는 쓰면 강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. 강하기만 해서는 결코 좋은 차라 할 수가 없습니다. 마신 뒤에 다시 찾아오는 달콤함이 없다면 그저 쓴 차일 뿐입니다. 무엇보다 쓰면서도 내내 맑은 기운이 흘러야 하는데, 그래서 고수차(古樹茶)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수차만 마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. 아침에 일어나 빈속에 마시다가 아침 밥을 먹고 다시 마시고, 낮잠을 자고 일어나 또 마시고, 오늘은 죽(竹)만 마십니다. 한참을 마셨는데도 여전히 마신 뒤에 다시 오는 회감(回甘)이 강렬합니다. 참 좋습니다. |
Content |
Name |
Date |
Hits |
|---|---|---|---|
|
namu0808 |
2016-03-26 |
2259 |
|
|
2016-03-29 |
1689 |
